고문헌들이 디지털화 되어 돌아온다.
민족문화연구원 한국학자료센터 구축사업 관련 일본 동양문고 방문
동양문고 소장 한국 고전적(古典籍) 자료 조사에 관한 연구 협정 체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하 민연)과 일본의 동양문고(東洋文庫, 이사장 마키하라 미노루)가 지난 1월 30일 도쿄 소재 동양문고에서 동양문고 소장 한국 고전적(古典籍) 자료 조사에 관한 연구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민연 해외한국학자료센터의 조사단은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로 예정된 1차 현지 방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 사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민연 해외한국학자료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해외소장 한국 고전적 자료 디지털화 사업의 일환이다. 민연 해외한국학자료센터에서는 지난 2008년 1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캠퍼스 동아시아도서관 소장 한국 고전적 자료를 대상으로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하였고, 2011년 7월부터 오는 2014년 6월까지 일본의 동양문고 소장 한국 고전적 자료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에 체결된 연구 협정은 한국 고전적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일본의 기관이 소장 자료 전체에 대한 본격적인 실물 조사에 동의하고 협력을 약속한 최초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지금까지 국가 기관에서 일부 자료를 영인해서 복제물을 제작하거나 개인 연구자가 연구에 필요한 자료의 일부를 열람한 경우는 있으나, 기관 대 기관 사이의 협정을 통해 소장 자료 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연에서는 자료의 실물 조사를 끝마치는 대로 국내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주요 자료를 선별하고 디지털이미지를 제작하는 DB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적으로 수탈해간 유물의 반환 문제와는 달리, 개인이나 기관 자격으로 구입하여 수집해간 성격의 자료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반환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 사업은 또 다른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민연에서는 이번 자료 조사를 통해 동양문고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고전적자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지목록을 작성하고, 그 가운데 주요 자료에 대해서는 디지털 원문이미지 제작과 자료의 내용을 상세하게 해설하는 해제(解題)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그리고 동양문고에서는 민연의 연구 조사에 필요한 열람 편의 및 장소 협조, 그리고 디지털이미지 제작과정의 협력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양 기관은 동양문고 소장 한국 고전적 자료의 연구를 통해 학술적 가치를 한층 높이고 이에 관한 연구 활동의 증진에 기여한다는 목표에 공감하여 이번 연구 사업을 진행하기로 협의하였다. 민연에서는 추후 3년 동안 정밀한 서지 연구를 진행하여 서지목록집과 해제집을 발간하고, 이 성과와 함께 원문이미지를 DB로 구축하여 온라인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민연에서 구축한 연구 성과를 동양문고측에 제공하여 일본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동양문고는 동양학 전문도서관이다. 미쯔비시(三菱) 기업의 제3대 총수 이와사키 히사야(岩崎久彌) 씨가 1924년에 설립하였으며 동양학 분야에서는 일본 最古, 최대의 연구도서관으로 세계 5대 동양학 연구도서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장서수는 국보 5점, 중요문화재 7점을 포함하여 약 95만책이며, 내역은 한적(漢籍) 40%, 양서(洋書) 40%, 화서(和書, 일본의 고서) 20%, 기타 아시아 언어(한국어, 베트남어, 범어, 이란어, 투르크어, 아라비아어 등)가 10%이다.

현재 동양문고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 고전적 자료는 약 2,000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수집 경위와 한국 고전적 관련 연구 실적은 아래와 같다.

▷ 
1924년 13년 3월 25일 마에마 쿄사쿠(前間恭作)씨로부터 마에마 씨가 그때까지 30여년에 걸쳐 수집했던 조선본의 전부, 총 423부 1,764책과 고지도?도판?탁본 30여점을 기증받음.
▷ 1939년까지의 수집을 바탕으로 ??동양문고조선본분류목록??을 간행
▷ 1942년 마에마 쿄사쿠 서거 후 431부 마에마 714책을 유족으로부터 추가 기능 받음. 마에마 씨로부터 받은 조선본은 총 854부 2,478책.
▷ 경성제국대학에서 조선사를 전공했던 田川孝三 박사가 1948년 동양문고 도서부원으로 부임, 1910년 이전 조선본의 조직적인 보충 수집을 담당. 이후 동경대 문학부 교수가 된 이후에도 동양문고 연구원으로 조선본 보충 수집을 지도함. 田川孝三는 일본 국내 및 한국, 구미의 도서관에서 동양문고에는 없는 조선본 자료의 마이크로필름 촬영.
▷ 1963년 동양문고에 부설된 동아시아문화연구센터 등에서는 1901년 이전 조선본 수집과 병행하여 戰後 한국의 출판물 특히 학술잡지를 조직적으로 수집

한편 연구 협정 체결 이후 진행한 지난 3일간의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 자료 및 중요 인물의 장서인(藏書印, 자신의 소유임을 확인하기 위해 책에 찍는 인장)과 내사기(內賜記, 임금이 특정한 신하에게 내려줄 때 그 내용을 적은 기록)가 실려 있는 자료들을 다수 확인하여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조사팀 명단 (7명) >
* 연구책임자: 정우봉 교수(고려대 국문과)
* 공동연구원: 심경호 교수(고려대 한문학과)
* 자문위원: 김영진 교수(계명대 한문교육과)
* 연구교수: 백진우(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 연구원: 송호빈, 최두헌, 류기일(이상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